토요일, 7월 27, 2024
기타제품“괴물을 쓰러뜨렸다”… 9년간 의대 강요한 엄마 살해한 딸

“괴물을 쓰러뜨렸다”… 9년간 의대 강요한 엄마 살해한 딸

9년간 의대 진학을 강요하고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한 엄마를 살해한 30대 일본 여성이 징역 10년형을 선고받았다.

15일(현지 시각) 교도통신에 따르면 오사카 고등법원은 엄마를 흉기로 찔러 숨지게 하고 시신을 훼손한 뒤 유기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노조미(34)에게 지난달 항소심 재판에서 징역 10년형을 선고했다.

앞서 지난 2018년 3월 노조미의 모친 키류 시노부(당시 58세)의 절단된 사체가 시가현 모리야마의 한 하천 부지에서 발견됐다. 지역 경찰은 같은 해 6월, 대학병원에서 간호사로 일하는 31세의 장녀 노조미를 사체 유기 및 훼손 혐의로 체포했고, 9월에는 살인 혐의로 재체포했다. 노조미는 시가현 모리야마의 자택에서, 엄마를 흉기로 찔러 살해한 뒤, 사체를 절단한 혐의로 기소됐다.


노조미와 그의 어머니가 거주했던 집을 현지 경찰이 수사하고 있는 장면. /교도통신

사건의 발단은 16년 전인 2005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외동딸인 노조미는 초등학교 고학년 때부터 어머니와 단둘이 살았다. 유지보수 일을 하는 아버지는 그 당시부터 회사 기숙사에 살았기 때문이다. 어머니는 노조미가 초등학생일 때부터 의사가 되기를 원했다.

노조미 자신도 데즈카 오사무의 만화 블랙잭을 보고 감명받아 외과 의사의 꿈을 꿨다. 하지만 중·고교 시절 성적이 좋지 못해 의대에 진학하기엔 부족한 성적이었다.

그럼에도 어머니는 희망을 꺾지 않고, 집에서 통학할 수 있는 국공립대 의학부에 진학할 것을 요구했다. 노조미는 2005년 국립대의 의학부 보건학과에 응시해 불합격했다. 하지만 어머니는 친척에게 자신의 딸이 “의대에 합격했다”고 거짓말을 한 뒤 계속해서 의대 입시를 강요했다.

노조미는 어머니의 굴레를 벗어나기 위해 취직하려고 했지만, 당시 미성년자였던 탓에 어머니의 동의를 받지 못해 무산됐다. 속박은 강화됐다. 휴대전화를 빼앗았고, 심지어 자유시간을 빼앗기 위해 목욕까지 같이했다. 노조미는 세 번이나 가출했지만 어머니의 신고로 경찰에 발견돼 집으로 끌려 돌아갔다.


노조미가 어머니의 시신을 유기한 하천 둔치를 현지 경찰이 수색하고 있다. /교도통신

노조미는 9년간의 재수 생활 끝에 어머니에게 조산사가 되겠다는 조건으로 2014년 지방의대 간호학과에 입학했다. 하지만 수술실 간호사가 되고 싶어 한 노조미와 약속대로 조산사가 되라는 엄마 사이의 갈등이 다시 시작됐다. 2017년 여름 당시 4학년이던 노조미는 의대 부속병원에 취직이 내정됐지만 어머니는 철회하고 조산사 학교로 진학하라고 압박했다. 같은 해 12월에 노조미가 엄마의 허락 없이 스마트폰을 몰래 가지고 있던 것이 들키자, 엄마는 뜰에서 무릎을 꿇게 하고 그 모습을 촬영한 뒤 노조미의 스마트폰을 벽돌로 때려 부수기까지 했다.

피폐해진 노조미는 엄마로부터 해방되고자 살해 결심까지 이르게 된다. 살인 사건이 일어나기 직전인 2018년 1월에 노조미는 인터넷으로 자살 방법과 살인 방법을 검색하기도 했다.

같은 달 치른 조산사 학교 시험에서 불합격한 뒤 노조미는 또 다시 엄마에게 간호사가 되고 싶다는 속내를 털어놓았다. 하지만 엄마는 밤새 고함을 질렀고, 인내심의 한계에 도달한 노조미는 결국 살인을 저질렀다.

노조미는 엄마를 살해한 뒤 트위터에 “몬스터(괴물)를 쓰러뜨렸다. 이것으로 안심이다”라고 적었다. 노조미는 엄마의 시신을 훼손한 뒤 자택에서 250m 떨어진 하천 둔치에 버렸다.


노조미가 어머니를 살해한 직후 올린 트위터 글. “몬스터를 쓰러뜨렸다. 이걸로 안심이다” /교도통신

두 달 뒤 경찰이 시신을 발견해 수사에 나섰고, 노조미는 그해 6월 용의자로 체포됐다. 노조미는 경찰 조사 등에서 “엄마가 자살했다”라며 살해 혐의를 완강히 부인했다. 1심 재판부는 엄마의 자살 동기가 없고 사망 당시 현장에 노조미와 엄마 둘밖에 없었기 때문에 노조미에게 살인죄를 적용해 징역 15년형을 선고했다.

1심 재판까지만 해도 살해 사실을 부인했던 노조미는 1심 판결문을 수차례 읽은 뒤 마음을 바꾼다. 재판부는 “장기간에 걸쳐 모녀만의 폐쇄적 환경에서 자랐고, 성인이 된 뒤에도 지나친 간섭을 받은 끝에 범행을 저질러 동정할 여지가 있다”라고 판시했다.

노조미는 “1심 판결은 마치 자신을 쭉 옆에서 보고 있었던 것 같았다”며 “아무도 이해하지 못한다고 생각했던 어머니와의 불화를 인정받았기 때문에 이젠 진상을 밝혀 죄와 마주하기로 결정했다”며 변호인에게 살인 사실을 털어놨다.

이후 2심에서 살인을 인정하고 반성하면서 징역 10년으로 감형됐다. 노조미 측과 검찰이 상고하지 않아 형은 확정됐다.


2018년 6월 용의자로 지목된 노조미를 경찰이 체포해 이송하고 있다. /교도통신

노조미는 교도통신 인터뷰에서 “엄마의 교육 방식이 힘들었지만 당시엔 어쩔 수 없다고 생각했다”며 “포로 같았던 당시보다 구치소에서의 생활이 더 편하다”고 털어놨다. 그러면서도 “어머니의 고통과 번민을 조금 더 이해하고 외부에 도움을 요청해야 했다”면서 자신의 행동을 깊이 후회한다고 말했다.

[서유근 기자 korea@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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