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요일, 7월 25, 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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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인 쿠바 이민 100년] ② “한인 후손들 한국 오고 싶어해”

마르타 임 김·엘리자베스 “한-쿠바 교류 늘리고 이주사 복원해야”

(서울=연합뉴스) 강성철 기자 = 한국에서 1만3천㎞ 떨어진 미수교국 쿠바에는 1천여 명의 한인 후손이 거주한다. 현지에서 한인 이주사를 펴낸 한인 2세 마르타 임 김(83) 씨와 한국에 정착한 한인 5세 엘리자베스 주닐다 산체스 리베로(28) 씨는 “한인 이주 역사를 제대로 발굴해 기록에 남길 수 있게 모국이 적극 나섰으면 한다”고 말했다.

이들은 이어 “선조의 땅에 오고 싶어하는 한인 후손들에게 더 많은 기회가 주어졌으면 좋겠다”고 희망했다. 

◇ 한인 이주사 펴낸 마르타 임 김 

“현지화한 후손 정체성 심어주는 역사 복원 시급”

'쿠바의 한인들' 펴낸 마르타 임 김
‘쿠바의 한인들’ 펴낸 마르타 임 김독립운동가 임천택의 딸인 마르타 임 김 씨는 “한인 이주사 복원은 차세대 정체성 확립에 중요한 일”이라고 강조했다. [연합뉴스 자료사진]

“현지화한 후손에게 자신에게 자신의 뿌리가 어디이고 어떻게 흘러왔는지 제대로 된 이주사 복원을 위해 모국이 적극 나서줬으면 좋겠습니다.”

쿠바 국립아바나대학 출신으로 마탄사스 종합대 철학교수로 정년퇴직해 2000년 한인 이주사인 ‘쿠바의 한인들’을 펴낸 마르타 임 김 씨는 “1921년 3월 25일 멕시코에서 쿠바로 건너온 한인 후손들의 이주사를 완벽하게 복원하기 위해서는 폭넓은 자료 조사, 구술사 녹취, 현장 답사 등이 이뤄져야 한다”며 “역사를 바로 세우는 것은 후손들에게 한국계로서 자긍심을 갖고 살도록 돕는 일”이라고 이같이 강조했다. 

임 김 씨의 부친은 일제 강점기 쿠바에서 독립운동을 펼치며 한인들이 정체성 교육에도 앞장서 건국훈장 애국장을 받았던 고 임천택 씨다. 

그는 “1950년대 한인협회장을 지냈던 선친은 마탄사스에 살면서 아바나와 카르데나스 등을 오가며 한인 후손들에게 한국어를 가르쳤다”며 “뿌리를 결코 잊어서는 안 된다고 늘 당부했기에 어려서부터 한인 역사에 관심이 많았다”고 말했다.

그는 이주사를 쓰면서 남편과 함께 10여 년에 걸쳐 자료를 모으고 후손들 연락처와 거주지를 발굴해 한인후손연합회 발족도 도왔다.

임 김 씨는 한인 후손들에게 당장 필요한 것 중 하나로 한국어 보급을 꼽았다. 쿠바에는 수도 아바나 소재 한인후손회관과 아시아박물관에서 한국어 강좌가 열리고 있다. 

그는 “한인뿐만 아니라 현지인 등의 한국어 학습 수요를 충당하기에는 부족하다”며 “강사 확보도 어려운 게 실정”이라고 소개했다. 

집에서 지금도 김치, 간장도 담가 먹는다며 임 김 씨는 “한국어뿐만 아니라 한식, 풍습 등 다양한 한국 문화가 알려지는데 한국어 교실이 큰 역할을 할 것”이라고 기대했다.

그는 “‘쿠바의 한인들’은 1921년 3월 25일부터 1950년대 초 일어난 쿠바혁명 전까지 역사를 기록한 것”이라며 “이후 70여 년의 한인 역사를 기록하는데 여생을 바칠 것”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 한국 정착 쿠바 독립유공자 5세 엘리자베스 주닐다

“모국이 기억해줘 감사, 양국 수교해 자유 왕래 되길” 희망

모국 정착한 엘리자베스와 친척들
모국 정착한 엘리자베스와 친척들독립유공자 후손인 엘리자베스 주닐다 산체스 리베로(우측 세 번째), 어머니 리베로 리 주 린다(우측 네 번째)와 친인척들. [엘리자베스 제공]

“선조들의 자랑스러운 독립운동 사실을 모국이 기억해줘서 감사하고 뿌듯합니다.”

25일 오전 서울 서초구 외교타운에서 외교부 주최로 열린 ‘쿠바 한인 100년의 발자취’ 사진전에 후손 측 인사로 참석한 엘리자베스 씨는 “고조할아버지 등 친인척 사진을 모국에서 보게 돼 감회가 새롭다. 쿠바 거주 한인들이 더 알려졌으면 좋겠다”며 이같이 말했다. 

엘리자베스 씨는 쿠바 한인 독립유공자인 이승준(대통령 표창) 씨 후손이다. 이 씨는 일제강점기 쿠바의 에네켄(용설란)·사탕수수 농장 등에서 일하며 모은 돈을 독립운동 자금으로 보탰다. 이 씨의 사돈인 장병기(대통령 표창) 씨와 아들인 이병호(건국포장)도 독립운동 유공자다.

그는 2015년 한국인 남편과 결혼해 모국에 정착했다. 멕시코·쿠바 등 중남미 전문 여행사 대표였던 남편과는 현지에서 한국어 통역 가이드를 하다가 만났다. 

2013년 재외동포재단 초청 모국연수로 한국을 첫 방문 후 한민족으로서의 정체성이 커졌고 한국을 더 알고 싶어 한국어를 배웠던 그였기에 이역만리 한국으로의 이주에 조금도 망설이지 않았다. 

엘리자베스 씨는 “2013년 인천 이민사박물관에서 증조부 사진을 본 감격을 잊을 수 없다”며 “그때부터 모국이 있다는 든든한 마음을 갖고 살게 됐다”고 회상했다.

한국 생활을 하면서 엘리자베스 씨는 부모·이모 등 친인척 등을 초청했고 모두 귀화해 한국 국적을 취득했다. 

그는 “한인 후손 중에 한국에 오고 싶어하는 사람이 많지만 미수교 국가이다 보니 절차도 까다롭고 방법도 몰라 이들의 한국행을 돕고 있다”고 밝혔다. 

정부는 독립유공 등의 공로로 훈장·포장·표창을 받은 이의 배우자나 직계존비속을 특별귀화 대상자로 분류해 신청 시 국적을 부여하고 있다. 

엘리자베스 씨와 남편은 지금까지 친인척 등 15명의 한국 국적 취득을 도왔다. 

그는 “한인 후손 가운데 상당수가 미국으로 망명해 살고 있는데 최근에는 한류 바람도 불어서 한국행을 희망하는 사람이 늘고 있다”며 “80대 이상은 선조가 그리워하던 고국에서 여생을 보내고 싶은 마음이고 젊은 세대는 발전한 모국에서 더 나은 생활을 꾸려보고 싶은 마음에서”라고 소개했다. 

최근 몇 년 사이에 10여 편의 한국 드라마가 쿠바 국영방송에서 소개됐고 K-팝 열풍도 불어 현지인들도 한국을 많이 알게 됐고 한국이 선진국이라는 인식도 퍼져 후손들이 자랑스러워 하고 있다고 귀띔했다. 

그는 “친인척·지인들로부터도 어떻게 하면 한국에 올 수 있는지 문의가 최근 부쩍 늘었다”며 “어서 속히 수교를 맺어 모국과 자유 왕래하는 날이 왔으면 좋겠다”고 희망했다. 

wakaru@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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