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 잘 될 거야” 19살 소녀의 마지막 메시지
앳돼 보이는 한 소녀가 머리를 질끈 묶고 시위현장 한가운데 서 있습니다. 검은색 티셔츠에는 하얀 글씨로 “모든 게 다 잘 될 거야 (Everything will be OK)”란 글씨가 큼지막하게 써 있습니다. ‘에인절(Angel)’ 또는 ‘치알 신(Kyal Sin)’이란 이름으로 알려진 19살 미얀마 소녀입니다.
에인절은 어제 미얀마 제2의 도시인 만달레이에서 쿠데타 반대 시위에 참가했습니다. 다 잘 될 거란 희망을 안고 시위 현장에 뛰어든 에인절은, 하지만 몇 시간 뒤 거리에서 피를 흘린 채 쓰러진 모습으로 발견됐습니다.
죽음도 각오한 ‘에인절’…미얀마 시위 새 상징으로
머리에 군경이 쏜 총탄을 맞고 숨진 겁니다. 에인절은 시위에 나설 때 이미 죽음까지 각오했던 것으로 보입니다. 자신의 페이스북에 혈액형과 연락처, 시신을 기증해 달라는 메시지를 남겨뒀습니다. 에인절과 함께 시위에 나갔던 친구 ‘미얏 뚜’는 당시 시위대가 평화적으로 모여 있었는데 경찰이 최루탄을 쏘고 총격을 가하자 뿔뿔이 흩어졌고 나중에 SNS에 올라온 사진을 보고서야 에인절이 숨진 걸 알았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그는 “우리는 전쟁을 하는 게 아니니 시민을 향해 총탄을 쏠 이유가 없다”며 “그들이 인간이라면 이럴 수는 없다”고 애통해했습니다.
SNS에는 안타깝게 숨진 이 19살 소녀를 추모하는 글들이 넘쳐나고 있습니다. 특히 에인절의 가슴에 새겨진 “다 잘 될 거야” 문구는 미얀마 군부 쿠데타에 저항하고 민주주의를 열망하는 상징으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태권도복을 입고 단호한 표정으로 주먹을 굳게 쥔 에인절…
지난해 11월 첫 투표를 한 에인절은 태권도와 춤을 좋아하는 평범한 소녀였습니다. 투표하던 날 에인절은 아웅산수치 고문의 민주주의민족동맹을 상징하는 붉은색 옷을 입었는데, 그 옷은 결국 그녀의 수의가 됐습니다.
신정연 기자(hotpen@mb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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