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6일 문재인 대통령의 ‘부동산 적폐청산’ 발언에 호응해 “개헌을 해서라도 토지 불로소득 환수 조항을 명시해야 한다”고 주장한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 소유의 오피스텔을 둘러싼 논란이 커지고 있다. 국민의힘 측은 17일 “지난해 추 전 장관 측은 ‘장관 퇴임 이후 처분’의사를 밝혔지만 지난 1월 27일 퇴임 이후에도 오피스텔은 여전히 추 전 장관 명의인 것으로 확인됐다”며 공세를 폈다.
국민의힘 전주혜 의원실이 이날 확인한 여의도 A오피스텔 등기부 등본에 따르면, 이 오피스텔은 여전히 추 전 장관 명의로 돼 있었다. 국회 정문 건너편에 있는 이 오피스텔(전용면적 55㎡)은 거실에 방 두 개가 있고, 사무용과 주거용으로 이용이 가능하다.
추 전 장관은 2009년 5월 2억 8000만원에 이 오피스텔을 사면서, 매입가격의 절반인 1억4000만원을 은행에서 대출받았다. 이 금액은 은행이 오피스텔을 담보로 대출해주는 최대치(매입가격 50%)다.
추 전 장관은 2019년 6월에는 보증금 2000만원, 월세 165만원(부가세 포함)을 받고 월세 계약을 맺기도 했다. 현재는 친환경 플랜트 설비 업체가 입주해 있다. 인근 부동산 업체 관계자는 “해당 건물에서 가장 넓은 오피스텔로, 최근 부동산값 폭등 추세를 고려하면 4억을 훌쩍 넘는 시세”라고 말했다.
추 전 장관은 이 오피스텔 외에도 서울 광진구 구의동에 아파트 한 채(전용면적 183㎡)를 보유하고 있다.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이 1월 27일 오후 경기 정부과천청사 법무부에서 열린 이임식에서 이임사를 하고 있다. 법무부 제공
추 전 장관은 최근 부동산 이슈에 대해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내고 있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 투기 의혹과 관련해 전날 페이스북에 “문 대통령의 부동산 적폐 청산 선언을 진심으로 환영한다. 해방 이후 한국 사회를 병들게 한 부동산 적폐는 극소수에 의한 부동산 집중과 상상을 초월하는 불로소득으로 요약될 수 있다”고 썼다.
이어 “부동산 적폐 청산의 궁극적 목표는 우리 헌법에 명시된 ‘토지 공개념’을 보다 구체적인 법률로써 구현, 불평등에 좌절한 국민에게 희망을 드리는 것”이라며 “더 나아가 추후 개헌을 통해서라도 토지 불로소득에 대한 환수 조항을 분명히 명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토지 공개념은 토지의 소유와 처분을 공익을 위해 제한할 수 있다는 개념이다.
앞서 14일 페이스북에서는 “부동산 시장의 부패 사정(査定)이 제대로 되지 못한 데는 검찰 책임이 가장 크다”며 “야당은 LH 사건으로 민심을 흔들고, 검찰에 힘 싣기를 하며 검찰 개혁에 저항하고 있다”고 했다.
법무부 장관 시절인 지난해 7월에는 금부 분리(금융과 부동산 분리)를 주장하며 “부동산에 은행 대출을 연계하는 기이한 현상을 방치하면 안 된다”고 말하기도 했다.
지난해 10월 15일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의 감사원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국민의힘 전주혜 의원이 의사진행 발언을 하고 있다. 오종택 기자
야당에선 “전형적인 내로남불”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전주혜 의원은 “25번 발표에도 실패한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대책, LH 투기 기 사태에 대한 국민 분노가 극에 달했다”며 “오피스텔 매입 가격의 50%를 대출받아 오피스텔을 사고, 월세 수입까지 올렸던 추 전 장관이 금부 분리를 운운하며 불로소득을 환수를 주장하는 건 언행 불일치”라고 지적했다.
전 의원은 “지난해 고위공직자 다주택 보유 논란 당시 추 전 장관 측은 다수 언론 보도를 통해 ‘퇴임 후 오피스텔 처분’ 의사를 밝혔다”며 “퇴임 이후에도 오피스텔을 처분하지 않은 것은 추 전 장관은 물론 이 정부의 뻔뻔한 단면을 그대로 보여준다”고 꼬집었다.
정세균 국무총리는 지난해 7월 부동산값 폭등 사태로 고위공직자 다주택 보유가 여론의 비난을 받자 “고위 공직자 주택 보유 실태를 조속히 파악하고, 다주택자는 하루빨리 매각 조처를 해달라”고 각 부처에 전달했다. 서울 연희동 단독주택과 봉천동 다세대주택을 보유 중인 강경화 전 외교부 장관이 지난달 8일 퇴임하면서 다주택을 처분하지 않아 논란이 됐다.
손국희 기자 9key@joongang.co.kr